No. 4 - 고헌산 (운무속으로)

2021. 10. 15. 00:53● 영남 알프스 2021

10월 13일 수요일, 부산은 어제 비 내렸고 오늘은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고헌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비그친지 얼마되지 않은 모양인지 아직 노면이 축축하다.

평일 오전 10시 경인데, 등산하기 위해 주차한 차량이 십여대로 거의 빈 자리가 없다. 

따로 주차장이 있는게 아니고 도로 한쪽으로 공간이 있어 주차용으로 쓰지만,

드나들기에 연석이 있어 불편하고 맨땅이라 비온 후면 진흙바닥이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주말이나 등산객이 몰리게 되면 등산로 입구 양쪽 도로가에 주차를 해서

민원성 주차단속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대여섯 곳에 붙어 있다. 

평일 오전 10시 경, 이미 십여대 주차로 빈자리가 없다.
주차단속 플래카드가 군데군데 붙어있다.

웹지도에서 고헌산 등산로 입구라고 검색하면 여덟 군데 정도가 표시된다.

다녀온 분들의 블로그를 참고하여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외항재 코스로 가기로 했다.

시작은 완만하지만, 곧 바로 경사가 급해지고 비그친지 얼마되지 않아서 진흙길이 나타난다. 미끄러움 주의
나무에 뭔가 붙어있어 얼른 보니 곰같은데, 1월에 정상 부근에서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다는 글이다.
진흙길이 끝나고 돌밭길이 이어진다. 동행도 힘든지 스틱을 꺼내 들었다.
지겨울 즈음 능선이 보이고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정표나 안내판이 없다.

이 코스는 입구에 안내판 하나 외로 중간에 아무런 이정표가 없다. 외길이니 노빠꾸에 직진하란 말인지...

능선에 이르기 전에는 경사도 가파르지만 그 흔한 계단도 하나 없다. 중간에 쉴 수 있는 벤치도 없다.

그냥 적당한 돌바위에 앉거나 서서 쉬어야 한다. 계곡도 없이 계속 오르기만 해서 지겨워지려 할 때쯤 능선이 나타나고 갈림길이 나온다. 방향대로 가자면 직진인데 좌로 난 길은 내리막처럼 보여서 헷갈린다. 사진에 보이는 앞서가는 등산객도 씩씩하게 직진하던데 정상으로 가는 길인 줄 알고 잘못 들어섰다고 한다. 우측길은 고헌서봉으로 가는 길인데, 여기서 100m 정도에 2분도 안걸리는 거리다. 좌측길이 정상으로 가는 코스다. 맑은 날씨 같으면 고헌산 정상이 보일테니 헷갈리지는 않겠다. 이 날은 구름에 갇혀 전방 식별이 불가능했다.

고헌서봉에서 돌아 나와 다시 고헌산 정상쪽으로 향한다. 이때부터 목재를 깔아 둔 길이 나와서 걷기 수월했다.
고헌서봉 표지석엔 1035m인데, 고헌산 표지석은 1034m이니 서봉이 1m 높은 셈... 맞는건지?
외항재와 와항재가 오기인지 혼용인지 지도에도 둘 다 쓰이던데 지명 내력을 알리거나 표기를 단일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94년에 설치한 표지석엔 해발 1033m, 그 사이 1m 자랐구나.
운무에 갇힌 고헌산 정상의 모습이 OK목장의 결투 새벽씬을 보는 느낌이다.
표지석 뒤쪽으로 놓인 조망대겸 휴식처... 방목하는 염소들이 반겨주는 곳이기도 한데, 오늘은 보이질 않는다. 조망대 앞 저 멀리 마을이 보이고 시원한 뷰가 펼쳐져 있던데 볼 수 없어서 좀 아쉽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 소망탑
오늘도 이 녀석 또 만났다.
오르는데 1시간 30분 정도, 내려오는데 1시간 10분 정도. 내려오는 진흙길 미끄러워서 힘들었다.

내려오니 좀 이른 시간이라 밀양으로 가서 배를 채우고, 지난 번 삼랑진에서 퍼져서 밀양 모터샵에 맡긴 이륜차 수리 다 되어 타고 귀가~

 

다른 산에 비해 쉬운 코스였지만, 심심한 산이다. 그러나 해발 1,000미터는 쉽게 볼 산은 아니다.

다음 번에는 고헌사 코스로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