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 - 문복산

2021. 10. 1. 23:20● 영남 알프스 2021

9월 30일,

부산은 비 그친 지 얼마되지 않아서 길바닥에 물도 축축하고 하늘도 여전히 찌푸린 날씨였는데

문복산 쪽은 쾌청한 날씨다.

운문사 옆이라 바이크타고 청도쪽 드라이브로 자주 다닌 길인데,  관심이 없으니 여기가 문복산인줄도 몰랐다.

바로 옆에 天門寺도 자리잡고 있고 운문령 계곡따라 꼬불길로 오르내리는데,

언양쪽에서 접근하면 시원한 터널이 뚫려 안전하게 금방 도착하게 된다.

문복산은 대현리 쪽에서 오르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는데 그만큼 가파르단 말이다.

무릎을 걱정하는 나랑 일행은 시간이 많이 걸려도 완만한 코스로 가기로 하고 삼계리쪽에서 오르기로 했다.

아래 안내도를 보니 우리가 택한 길이 청도2코스인듯 한데, 최단 코스인 경주1코스에 비하면 거리가 두배가 넘고 난이도가 더 힘겹다고 한다.(시간은 산악인 기준인 듯 우리는 훨씬 많이 걸렸다)

코스 안내는 다녀와서 다시 보니 좀 부실한 느낌이다. 대충 그린건지 이해가 잘 안된다.

 

평일이고 비 온 후라서인지 찾는 이가 거의 없어 몇 대 없는 주차공간에 여유있게 주차했다. 

 

언양 쪽에서 접근하여 도로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삼계리 노인회관이다. 작은 마을이라 주차공간이 거의 없다. 주말에는 미어 터질거로 보인다. 노인회관을 지나면 마을주민들이 운영하는 펜션, 식당 등이 줄지어 있고 이용객 외엔 주차를 못하게 막는다. 등산하면서 보니까 초입의 식당이나 펜션이 계곡을 독점하다시피 끼고 영업을 하는데, 가족이나 동료들과 예약하고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계곡의 하류라서 수량이 풍부하고 물도 깨끗하고, 널찍하면서도 튜브타고 놀기 좋은 공간들이 보였다. 

좁은 길을 따라 초입에 들어 선다. 이 코스로는 초입에 안내판이나 해설판을 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 다녀 온 곳 중 가장 허술한 등산로 초입이다.

 

초입을 따라 물소리가 들리는데 오른쪽 옆으로 계곡이 같이 올라간다. 이 길의 건너 편으로도(천문사 입구쪽) 등반이 가능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멋진 쌍생폭포가 나타난다.

 

시원한 개울을 건너기도 하고

 

비교적 완만한 초입이지만, 돌밭길이다.

 

조그만 너덜지역에서 일차 휴식

 

근데 계곡이 장난 아니게 좋다. 계곡따라 등산로가 놓였는데 산수화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쉴 틈없이 나타나고 그 때마다 사진찍느라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가슬갑사유적지라는데, 찾아보니 서기 600년 경 창건한 사찰이고, 이 위치도 추정일 것이라고 한다. 이 지역에 모두 다섯 갑사가 있었는데, 나중에 운문선사로 통합되어 지금 운문사의 모태가 되고 나머지는 폐사된 듯 하다. 부근에 천문사가 있는데 사찰명은 천문갑사에서 유래한 모양이다.

 

이름도 없는 폭포들이지만,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어댈 수 밖에 없는 풍광이 줄지어 나타난다.

 

수시로 나타나는 폭포와 개울들을 보니 포항 내연산 12폭포 뺨칠 정도이고, 문복산이 아니라 청계산(淸溪山)이라 해도 수긍할 듯 하다. 이 계곡은 마을 이름따라 삼계계곡인데, 물이 많고 골이 깊은 편이라 계곡이 뿜어내는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바위와 나무들에 이끼가 번성하고, 심한 곳은 나무가 이끼에 삭아서 코르크화 되고 버티다 못해 쓰러진 것들이 많이 보였다.

 

삼계리에서 올라와서 개살피골 따라 가기로 한다. 내려올 때는 마당바위 쪽으로 오기로 했다.

 

이제 계곡을 벗어나서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쓰러진 나무가 등산로를 가로 막았다. 옆으로 난 우회길을 이용.

 

문복산은 계곡과 숲속으로 등산로가 나 있어 등산 중에는 경관을 조망할 만한 곳이 없다. 가파른 비탈을 따라 씩씩대는 숨소리만 가빠지고 힘겨워 지칠 즈음 탁 트인 조망처가 나타난다. 거의 정상 부근이다.

 

보이는 마을은 아마도 중말이란 곳일듯 하다.

 

보이는 곳은 방향으로 보아 좌로부터 외항재, 고헌산, 운문령, 석남령, 가지산일 듯 한데 추정이라 표시하지는 못하겠다.

 

조망처로 부터 불과 180미터 앞이 정상이다.

 

정상 가는 길에 헬기장. 좁아서 소형 헬기 아니면 착륙하다가 나뭇가지에 부딪쳐 로터가 다 부러질 것 같다.

 

천미터를 14미터 넘겼다.

 

전망대는 따로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좀 전의 조망처를 말한다.

 

조망처에서 헬기장 지나 정상에 이르기 직전에 멋진 나무 한 그루

 

하산은 마당바위 쪽이다. 대현3리 쪽이 최단 코스라는데 서담골봉을 거치는지 중말쪽으로 내려가는지 모르겠다만, 그만큼 가파를 것 같아서 무릎환자로서 피하기로....

 

영남 알프스 산행 중에 유난히 자주 보이던 곤충. 말똥구리 소똥구리 같지만 이름은 모름

 

마당바위 앞으로 뷰가 멋지다(표시가 없어서 마당바위가 맞는지..?).

 

이 쪽 방향으로도 멋진 계곡을 볼 수 있다.

 

정말이지 보는 것 만으로도 시원하다. 내년에는 속옷 하나 더 준비해서 땀에 젖은 옷 다 벗어 던지고 풍덩 빠지고 싶다. 사람도 없는데.. 산행 중에 정상에서 반대편으로 올라 온 부자지간을 본 거 외로는 아무도 본 적이 없다.   

 

거의 다 내려와서 삼계계곡 하류

 

노인회관 주차공간 옆에 있는 지진계측장비

 

 

다녀오고 보니 왕복한 코스가 표시한 대로인지 안내도에서는 좀 헷갈린다. 가슬갑사의 위치도 계곡 오른 쪽이 아니라 왼 쪽이었고, 폭포 방향으로 간 것 같기도 한데, 좀 불분명하다. 내가 본게 마당바위가 맞는지도 의심스러워진다(표시가 없었음). 하산 코스에 헬기장이 두 곳이나 표시되었지만 볼 수 없었다. 중간중간에 이정표가 부실했을 수도 있단 말이다.

그리고, 안내도에는 계살피계곡이라 표시되었는데, 이는 가슬갑사의 벼랑쪽 폭포에서 유래한 것이라 개살피계곡이 맞는거 같다. 정상의 오른 편에 두름바위라고 표시되었는데, 드린바위라고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표기를 통일하거나 유래를 밝혀 주는게 좋을 듯 하다. 지도상 1013m로 되었지만, 정상 표지석엔 1014.7m로 새겨져 있다.

 

문복산은 계곡이 없었다면 조망할 경관도 없어서 좀 심심한 산행이 될 뻔했지만, 정말 멋진 계곡이 7할 정도의 산행길과 나란히 있어 심심할 틈이 없었다.

 

무릎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최단 코스는 피하고 일부러 최장 코스를 택했지만, 올라갈 때 계곡을 벗어나면서 부터는 돌길에다가 경사가 가팔라서 부담스러웠고, 내려올 때는 그만큼 더 무릎이 아팠다. 조금씩 시큰함이 느껴져서 몇차례 쉬어가며 오르내렸다. 쌍지팡이와 무릎보호대 덕분에 그 정도로 견딜 수 있었다. 

 

※ 안내도랑 비교해서 다시 확인해 보니 등하산 코스가 이게 맞는거 같다.
다음 번에 갈 때는 헷갈리지 않게 확인하면서 가봐야겠다.

※ 중요한 점 하나를 빠뜨렸다. 이 코스로 3부쯤 올랐을 때부터는 계곡이 깊어서인지 정상 부근에 이를 때까지 휴대전화 신호가 안잡힌다. 가파른 비탈과 위험한 계곡이 있어서인지 군데군데 구조요청을 위한 위치표식이 있었지만, 전화가 안터지니 무용지물이란 생각이 들었다.